이 책을 읽으니 무리에 속하고 싶어 안달이던 나의 중학생 때가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소속감'이 사춘기 소녀에게는 전부였다고. 그때 싸운 친구들 생각도 난다. 지금은 뭐하고 살고 있을까? 성인이 된 지금,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이유로 그 친구들과 싸우게 될까?

네가 더 멋있다던 그 애의 말을 떠올린다. 모욕처럼 느껴진다. 나는 멋이 좋지만 멋있다는 말을 듣는 게 싫다. 멋있다는 말은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고, 자기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내 길일 수도 있을까? 차라리 멋있어지는 게 답일 수도 있을까? 나는 멋있다는 말에 맞게 몸을 바꾸어본다.
(중략) 이번에는 예쁘다는 말에도 몸을 맞추어본다. 금방 부끄러워진다. 이미 가진 몸을 싫어해야 할 것만 같다. 내가 아는 것 중 무엇이 예쁜 것으로 분류되나? 아니다. 그들에게는 무엇이 예쁜 것으로 분류되나? 잘 모른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대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린다.
-23쪽
<소녀는 따로 자란다>는 사회가 기대하는 여성상에도, 남성상에도 완벽히 부합하지 못하고 전형적인 그들과는 조금 다른 주인공이 사춘기 여학생으로서 겪는 성역할에 대한 가치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사춘기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사회가 아무리 진보하더라도 언제나 성역할, 여성성이나 남성성에 대한 최소한의 프레임은 있기 마련이고 사춘기에는 더욱 그 점을 신경쓰기 마련이다.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남들과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그 다름에서 오는 불안함을 느꼈을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사춘기 때는 그것이 성에 따른 기준에서 오는 것이었다면 성인이 된 지금은 사회생활을 하며 맞닥뜨리는 상황들에서 남과 나를 비교하며 겪는 두려움일 수 있다. 주인공은 머리를 양 갈래로 땋길 좋아하고 업신여기는 표정이 기본인 애들 (1쪽)과 다른 남성적인 여자애가 아니라, 그냥 자기정체감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남들보다 좀 더 빨리 겪은 성숙한 여자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걔가 자꾸 엠창이라는 말을 쓰는 거야. 그래서 내가 쓰지 말라고 했어. 근데 아직도 무슨 일만 있으면 엠창, 엠창 그런다니까. 나는 엠창이 뭔지 묻는다. 엄청 나쁜 말이야. 그건 엄마가 다방에서 일한다는 뜻이야. (중략) 너도 써.
그 말은 너무 심하잖아. 그리고 걘 아빠밖에 없어.
똑같이 말고. 아빠로 바꿔서.
-42쪽
아이들은 상담 시간에 자주 운다. 차라리 여자랑 사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운다. (중략)
그러면 나는 굵은 빗으로 그들의 머리를 윤기가 날 때까지 빗어주면거 겉으로도 속으로도 웃는다. 진심으로? 남자가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애? 저들 중 누가 그렇게 할까? 누가 너의 머리를 이렇게 오래도록 빗어줄까? 얼굴을 구기지 않고서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법에 대해 그들이 고민할 이유가 뭘까? 괴롭혀주지 않고선 못 배길 매력이 네 배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듯한 시선 속에 있고 싶은 마음을 누가 알아주며, 상상해온 그 시선을 그대로 너에게 쏟으면서도 동시에 너의 결백을 분명히 하고, 도리어 나의 무례를 사과하는 귀찮은 짓을 누가 할 수 있을까?
-43쪽
무리에 소속되어 깔깔대며 친구들과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고, 밉보인 친구가 좋아하던 남자를 뺏어 사귀고 보란 듯이 그 애 앞에서 애정행각을 하고, 남자애들을 힘으로 이기지 못해 괴롭힘당하던 어릴 때와 다르게 아직도 저러고 있는 남자애들과 싸울 때면 말도 안 통하고 한심해서 싸울 의지를 잃어버리고.
학생 때가 지금보다 불온전하고 질풍노도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미화되어서 그런건지) 학생 때를 자주 그리워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교실의 모습이 정말 리얼해서, (한국 중고등학교를 나왔다면 사춘기 시기에 누구나 한 번쯤 다 겪었을 상황들이 묘사되어 있다 ㅋㅋㅋ) 개인적으로 그 점이 재미있었다.
퀴어문학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내가 느끼기엔 그건 아닌 것 같고 굳이 따지면 페미니즘이 아닐까. 여부를 떠나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었다.
https://youtu.be/x_RYZsOfpKY?si=w3y5Uyi4qDLYa6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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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위픽 시리즈 중에 <2학기 한정 도서부>를 추천하길래 읽어봤는데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귀신을 보는 사서와 학생의 해결사 이야기인데 판타지 치고 문체도 세계관도 스토리도 너무 단조롭고 뻔해서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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