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여름엔 여름에 관련된 책을 읽어야지!
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기간 전까지 요즘 나는 강제 자유기간에 처해있다.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을 들러 괜찮은 책이 없나 살펴보다 여름에 관련된 책을 몇권 빌려왔다.
<아무튼, 여름>은 읽을 때만 해도 여러 작가가 쓴 소설집인줄 알았는데, 다 읽고 판권기를 보니 작가가 한명이었다.
저자 한 명의 다작 단편소설집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이 쓴 것처럼 각 소설들이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나 진짜 성인 ADHD인건지 문해력이 많이 떨어지는 건지 요즘 두꺼운 소설책은 보고 싶지도 않고 이런 짧은 단편소설집만 손이 가더라.

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14쪽, <이야기의 시작>
<아무튼, 여름>은 여름에 관련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쓴 단편소설집이다.
작중 <플링>처럼 뜨거운 여름 한철 짧은 사랑에 대한 얘기도 있고 <여름으로부터 온 사람>처럼 사랑보다는 나를 고찰하는 얘기도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소설마다 나오는 여름 관련 비유적인 묘사들이 좋았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세계가 조금씩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연애에 서툰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내가 마음에 안 든다. 늘 무리하려 애쓰고, 그러다 보면 꼭 지친다. 그저 사랑받고 싶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기분이 든다. 사랑에 매달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로서 제대로 서 있는 일이 아닌가.
(중략) 이제는 문득 그가 떠올라도 이내 마음은 잔잔해진다. 여름을 좋아하는 내게 여름 하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더 생겼다는 건 그래도 웃을 일 같다. 안녕. 나에게 잊지 못항 여름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누군가를 너만큼 좋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는 그런 사람 못 만난다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
-76쪽, <여름으로부터 온 사람>
역시 '여름'하면 여행이지. 여름 휴가 관련된 내용도 많아서 좋았다. 나 혼자 떠나는 여름 휴가, 소중한 사람과 떠나는 여름 휴가, 원래 혼자 다니는 여행이 좋았으나 너와 다녀온 이후로 좋아진 '함께 보내는 여름'.
카페에서 한숨 돌리면서 뜨거운 여름을 느끼며 가볍게 읽기 정말 좋은 책이다. 아무튼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빌려보려 한다.
돈을 벌게 되고 나서부터 여름이 되면 집착하듯 여행을 떠났다. 홀쭉한 통장잔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같은 건 문제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못한 경험을 지금이라도 스스로 선물하고 싶었다.
(중략) 평소 '00 보존의 법칙'을 굳게 믿는다. 00 안에는 분노, 억울함, 인내 혹은 결핍이 들어갈 수도 있다. 살면서 경험한 결핍은 그 사람 안에 평생 일정하게 남아 있다고 믿는다. 어린 시절부터 쌓인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른이 된 내가 나서야 한다. 나라는 사람 안에 오랫동안 쌓여온 결핍은 오직 나만이 채울 수 있다.
-163쪽, <결핍으로부터 시작된 여행>
https://youtu.be/eurPuZEa4-0?si=pFQgXSmMGF1jQmD1
A glass of water (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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