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비와 유영>과 중학생 때 굉장히 재밌게 읽은 <해월동화>를 합쳐놓은 것 같다.
세 권 모두 인어와 인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나 감정 묘사가 모두 '수아'와 '마리'의 사랑을 중심으로 돌아가서 그런가 인소를 읽은 느낌이다.
 

 
 

상서로운 존재는 환하게 웃더니 바닷속에 있던 꼬리를 들어 살랑거렸다.
꼬리가 움직일 때마다 수면에 비치던 달빛이 부서지며 오색으로 찬란히 빛났다.
이런 빛을 담고 있는 존재가 상서롭지 않다면, 그 무엇이 상서로울까.
- 16쪽 

 
 
백묘 인소 <해월동화>도 주인공 '루'와 '서진'이 한 명은 기억을 잃고 환생하고 한 명은 기억을 갖고 있다.
비슷하게 <재와 물거품>도 처음 둘이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수아가 기억을 잃은 시점, 마리가 기억을 잃은 시점, 모두 기억을 찾은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자는 문을 두드리며 좋은 게 있으면 같이 나눠 먹어야지 정이 없다느니, 예의도 모른다느니 한참 동안 큰 소리로 떠들었다.
"불 켜진 거 다 보이는데 사람 무시해? 어? 확 창문 깨 버릴까?"
-131쪽

 
 
다른 점은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루었다는 것이다.
몇 번이나 환생하고 몇 십년이 흘렀으나 세상은 항상 마리와 수아를 방해했다.
마리가 무녀일 시절에는 원치 않는 임신이나 지위가 여성에게 대물림되는 폐쇄적인 전통사회를, 마리가 기억을 잃었을 때는 동성애는 비정상적이라는 편견을, 둘 다 기억을 찾았을 현대에는 여성에게 안전하지 못하고 불친절한 사회를 소설 속에 풀어내고자 한 것 같다.
 
그럼에도 인어는 그런 인간들을 사랑했고 마녀는 혐오했다.
 
거창하게 써봤지만 처음에 말했 듯 사실 전체적으로 인소적인 느낌이 큰 소설이다.
썩 추천하지는 않지만 절절한 환생 러브 스토리 클리셰를 좋아하면 한 번 즈음 가볍게 읽어볼 만 하다.
 
https://youtu.be/a6dwchTCoAI?si=i8-Zv1yhbXM2D6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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