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Demon Hunters, 2025

이번 보플 참가자들 연예인 할 생각이 있긴 한 건지 미친 병크 계속 터지고 공시도 떨어진 것 같아서 기분 안 좋았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나를 위로해주다...

솔직히 케이팝 아이돌 주제로 잡고 만들었다 한들 이제까지 외국에서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도 안 하고 집어넣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기대 안 했는데 케데헌은 달랐다.

라멘 아니고 라면이고요! 한푸 아니고 한복이고요!! 댕기, 노리개도 다 한국 거고요!!!

근데 진짜 라멘 아니고 정확히 라면이라고 발음하고, 우리의 소울푸드 김밥과 국밥도 나오고,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부터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 '진짜' 한국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게 느껴져서 너무 감동이었고 재미있었다.

보자마자 디자인이 가장 잘 뽑혔다고 감탄한 것은 바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

파란색 몸에 노란색 눈으로 디자인한 게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요괴, 귀신 컨셉에 정말 잘 어울리는 색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게 해준다.

말하지 않아도 보자마자 조선 후기 민화인 호작도가 생각났고, 실제로 호작도를 모티프로 제작한 캐릭터라고 한다.

호랑이와 까치 이름은 Derpy(더피)와 Sussie(서씨)인데 호랑이는 덤벙대고 멍청하다는 느낌에서, 까치는 눈을 수상하게 뜨고 다닌다는 점에서 직관적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더피는 한국어로 '덤벙이' 정도의 어감이 아닐까 추측.

참고로 해외에서는 서씨 눈이 세 개인 점이 갤럭시 카메라 렌즈 세 개인 것과 닮았다 하여 '갤럭시 버드'로 불린다고 ㅋㅋㅋ

당장 국립중앙박물관과 계약해서 더피와 서씨 굿즈를 찍어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케데헌으로 한국 애니 오타쿠와 아이돌 오타쿠가 대통합되고 넷플 영화 부문 1위 찍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케이팝 아이돌을 중심 주제로 한 만큼 노래를 잘 뽑은 게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저승사자인 남돌, 노래로 퇴마하고 다니는 여돌의 대립구도가 주된 스토리이다.

2010년대 케이팝 전성기를 겪은 팬들이라면 케데헌 사자보이즈의 무대를 보자마자 2~3세대 남돌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눈동자 색상이 변하는 연출을 보고 있자니 빅스의 <도원경>, <다칠 준비가 돼있어>가 겹쳐보였다.

실제로 사자보이즈 멤버 중 한 명은 유키스 케빈이 녹음을 맡았다고 한다.

진짜 <Your Idol>은 무대 연출, 가사, 캐디까지 아이디어가 진짜 미쳤기 때문에 영화 안 보더라도 아래 무대영상은 한 번 보고 감탄하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cWppAbqm9I8

케데헌 여돌이자 주인공인 헌트릭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멤버들 간의 우정, 실패와 극복, 성장에 대한 희망차고 당찬 가사와 무대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4~5세대 여돌들이 떠올랐다.

남자와 사랑만 찾던 기존 여돌 사이에서 나 자신에 대한 노래를 들고 나와 당시 우리 또래 학생들 사이에서 큰 충격을 주었던 있지가 떠오르기도 했고, 전체적인 노래를 듣고 있자니 아이브 <I am>이 떠오르기도 했다.

제복 입은 헌트릭스 무대의상은 블랙핑크가 한복 입고 <How you like that> 무대하던 날 의상이 생각난다.

헌트릭스가 사용하는 무기도 실제 한국 전통 무기를 참고하여 디자인했다고 한다.

총평을 해보자면 한국 로맨스 드라마 요소 나올 때마다 살짝 유치해지긴 하지만, 노래와 캐디가 진짜 사기적으로 잘 뽑혔고 한국적 요소를 '왜곡없이' 정말 잘 담아냈다.

영화 소재도 좋고 주제도 좋고 스토리도 지루하지 않게 적당히 재밌어서 킬링타임용으로 딱이다.

다만 여캐보다 남캐 서사와 디자인이 훨씬 잘 뽑혔는데 영화 한 편 안에 모든 걸 담아내려다 보니 남캐들이 디자인 팀 노력에 비해 비중이 적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ㅠㅠ

결론: 이런 왜곡없는 국뽕 애니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편 제작진 그대로 해서 2편 만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