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에서 알티 많이 탄 겨울에 꼭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서 처음 본 책.
사실 소설인지 시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빌렸다.
<겨울간식집>은 겨울 간식을 주제로 한 6편의 단편소설집이다.
그중에서도 정용준의 <겨울 기도>와 김성중의 <귤락 혹은 귤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겨울 기도>는 갑자기 웬 고시텔 얘기로 시작하고 주인공 이름도 ‘신경’이라 뭐지 싶었는데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딸이 걱정된 엄마가 문어를 잡아 딸을 보러 고시텔에 왔다.
그런 엄마가 부끄럽기도, 걱정되기도 한 딸은 되려 화를 내는 모습이 평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조금 눈물이 났다.
고시텔 옆방 사람들이 빌려준 다코야끼 기계로 다코야끼를 만들었다.

“그런데요.”
밑줄 그은 부분을 옮겨 적고 있는데 누군가 불쑥 말을 걸어 와 마법이 깨졌다. 방금 전까지 행복한 유령 상태였기에 허우적거리며 자아라는 후드티를 얼른 걸쳐 입었다. 나보다 대여섯 살은 어려 보이는 애송이다. ‘그런데요’란 대화 중에 화제를 전환하는 말이 아닌가? 당신과 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데 이 접속사에 존칭을 붙이는 이유가 뭔가?
-46쪽, <귤락 혹은 귤실>
<귤락 혹은 귤실>도 좋았다. 주인공이 자주 가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들.
보통 요즘 소설들은 이런 주인공 이외 사람들을 A군, B 이런 식으로 지칭하던데 이 책은 좀 달라서 신선했다.
주인공은 카페에서 초면에 “그런데요“로 불쑥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말 그대로 ‘그런데요’로 지칭한다.
자신에게 결코 일어날 일 없는 타인의 말에 처음에 결코 대꾸하지 않는 주인공은 자신을 ‘결코’로 지칭한다.
각자 다른 나이, 다른 환경, 다른 아픔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욱 신선한 힐링을 주는 사이가 된다.

얼마전에 홍대 갔을 때 본 <첫사랑의 침공>이라는 책도 빌려 읽었는데 제목이 비유인 줄 알았더니 진짜로 첫사랑 누나가 지구를 침공하는 이야기였다.
당황.
원래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다른 sf보다도 훨씬 1차원적인 스토리에 전체적으로 좀 유치한 내용이다.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키 17, 2025 (0) | 2025.04.07 |
---|---|
토마토 컵라면 / 차정은 (0) | 2025.02.16 |
여름 외투 / 김은지 (1) | 2025.02.09 |
오믈렛 / 임유영 (0) | 2025.02.09 |
당근밭 걷기 / 안희연 (0) | 2025.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