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서핑한 게 좋았어서 두번째 서핑을 경험하기 위해 시간을 내서 강릉 여행을 떠났다.
이른 저녁 친구와 강릉 윤슬서림을 방문했다. 너무 좋은 책을 발견했다.
서핑을 목적으로 간 여행이었기에 서점에서도 서핑에 관련된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에 동네 도서관에서도 본 적 있는 <아무튼> 시리즈의 서핑 편 도서였는데 내용의 질이 정말 좋았다.
내가 서핑과 바다에 관심이 많아서인가 서핑을 주제로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자신감, 도전정신 등을 엮어 풀어낸 이야기가 뜻깊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한번쯤 지더라도 괜찮은 거였다.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살아온 열세 살의 삶의 그 순간 조금 허무해졌다. 힘이 빠졌다. 생각해보면 져도 괜찮다는 마음은 코치 선생님에게 한번도 배우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훈련과 기합이 두려워 주눅이 들면 되례 혼이 났다. 나는 왜 배드민턴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즐거워서 시작한 일인데 그 마음이 점점 희미해져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거나 실패해도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먼저 배웠어야 하지 않을까?
(중략) 서퍼들은 각자 어떤 동작을 계속 반복하고 수정하고 탐구하면서 파도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저마다 궁리했다. 파도타기에 실패해도 누구 하나 혼내는 사람은 없다. 그저 바다를 좀 더 알고 싶고 파도의 움직임에 보다 가까워지고 싶다는 열망만이 모두를 움직이고 있다.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원동력을 따라서, 그저 한 번 좀 짠물을 먹더라도 그것이 나를 어쩌지는 못할 것이라는 해방감을 품고서.
-38쪽
저자는 서핑에 빠지기 전에도 야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고 또 보는 것도 좋아했다.
유소년 시절 배드민턴 대회에도 자주 참가했는데 그때 경험에 관해 쓴 에피소드가 많이 와닿았다.
실패하고 경기에서 지면 기합을 받고 혼만 나던 저자에게 당시 번번이 지기만 하던 상대를 몇년 뒤 다시 만나 오랜만에 배드민턴 시합을 했을 때 큰 점수차로 졌다는 일화는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즐기는 자를 이길 순 없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승패를 떠나 결과를 떠나 과정 자체를 즐기고자 하는 자세, 도전하려는 자세는 정말 중요한 가치임을 깨닫는다.

문제의 원인은 명확했다. 감당하지 못할 파도 앞에서 자꾸만 고꾸라질까 봐 주저하게 된다는 것. 문제를 마주했을 때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극복하거나, 회피하거나. 마침 인생에 관한 크고 작은 문제 앞에서 우회했음을 자책하고 한탄하느라 분주했던 나는 적어도 서핑 앞에서만큼은 그러지 않고 싶었다.
(중략)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크기는 달라서 이토록 애먼 노력이 필요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나처럼 좋아하는 것을 성취하고픈 마음보다 장애물들이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나는 나름의 단계를 시도하면서 이제는 큰 파도에 도전하지 못해서 느끼는 좌절감보다 어떻게든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는 기쁨을 더 크게 느낄 줄 알게 됐다.
(중략) 점점 잦아드는 파도를 멀리서 한 서퍼가 바라보고 있다. 그는 뛰어들 수 있는 눈빛을 가졌다.
-47쪽
나도 시간 날 때마다 여러가지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해왔으나 특히 서핑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저자와 비슷하다.
두 발로 파도를 딛고 일어설 때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한다.
아직 강습 두세번밖에 받아보지 않았고 파도 보는 법도 잘 몰라서 혼자 힘으로 파도를 쭉 타는 성공 경험은 없으나 강습 때 받은 피드백을 수용해서 파도타기에 성공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제주에서 해녀체험을 했을 때도, 세부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했을 때도, 바다에 그냥 둥둥 떠있을 때도, 부산과 강릉에서 서핑을 했을 때도 바다와 맞닥뜨린 나는 언제나 가능성을 느낀다. 바다는 내 삶에 있어 언제나 활력을 충전할 수 있게 해준다. 다시 힘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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