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따라 도서관에 갔다가 오랜만에 책을 빌렸다.
유령의 마음으로. 요즘 젊은 작가들 소설이 다 그렇듯 단편소설 모음인데 이해도 쉽고 꽤 괜찮았다.
특히 <유령의 마음으로>, <빛이 나지 않아요>가 기억에 남는데 모두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흔히 혼이 빠져나간다고 하지 않는가.
<유령의 마음으로>의 ‘나‘는 몇년동안 식물인간이 된 남자친구를 간호하느라 자신만의 하루를 잃어버렸다.
지친 일상 때문에 진짜로 혼이 빠져나가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유령을 만났다.

 

심심하지 않냐고 묻자, 유령은 감정을 전달받는다는 게 얼마나 바쁜 일인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지금은 평온한데? 내가 말하자 유령은 고개를 저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평온한 적은 없었어.
-21쪽

 

 

유령을 ‘나’보다도 감정에 더 솔직하게 반응한 것은 현실을 사는 ’나‘가 평소 힘든 일에도 계속 담담한 척 해야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가 처음으로 남자친구 병원에 가지 않고 개운하게 집 청소를 한 날, 유령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나는 버티는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음이 깊고 어두워져서,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지선 씨가 봤을 빛에 대해 생각했다.
-71쪽

 

 

<빛이 나지 않아요>의 ‘나’는 월세방 돈을 못 내서 남자친구와 함께 시골로 쫓겨나듯이 내려왔다.
좋아하던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을 포기하고 현실에서 선택한 것은 사람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해파리가 되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돕는 일이었다.

 

해파리가 반짝이던 것은 어쩌면 버티는 삶에서 벗어나 바다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꿈이 빛났기 때문일까.
마지막에 ‘나’도 끝내 푸르게 빛나는 해파리로 변한 고객을 생각하며 빛나는 꿈을 좇기 위해 다시 한번 서울로 올라갔다.

 

https://www.youtube.com/watch?v=CnKfCwU0p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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