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며 우연히 발견한 책.
역시나 800번대에 집중되어있는 소급도서를 찬찬히 꽂다가 예쁜 책을 보았다.
<어린이라는 세계> 제목도 얼마나 몽글몽글하고 좋은가.
그때 쬐금 읽다 만 게 기억나서 이번에 다시 정독해보았다.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나도 어린이일 때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대해줬을 때 좋았더라?
봉사도, 일도 초등학교에서 했는데 그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나는 이미 너무 속세에 찌들어서, 나에게는 별거 아니고 생각없이 뱉은 말과 행동이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나이의 학생들에게는 분명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둔다.
그게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학생에게는 크게 다가올 수 있고 잘못된 것도 여과없이 모방하고 배울 수 있다.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 데 익숙해진다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본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길 것이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41쪽
저자는 독서교실 교사이다.
챕터마다 저자가 독서교실에서 겪은 어린이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한줄한줄 정말 나와 비슷한 가치관이 많았다.
그리고 같은 말이라도 글로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데, 저자가 독서교실 교사여서 그런가 참 인상깊은 문구, 새겨두고 싶은 문구가 많아 오랜만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천천히 읽었다.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중략)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렸을 때 기다려 주는 어른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기다려 주는 순간에는 작은 보람이나 기쁨도 있다.
-20쪽
목표가 너무 높을 때는 학생의 능력에 맞추어 과제를 스캣폴딩하는 것.
무작정 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근접발달영역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사로서 적합한 비계설정을 해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이 올바른 도덕성과 관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인격적으로 긍정적인 존중을 제공하는 것.
교육심리에서 배운 용어를 사용해서 좀 어렵게 작성해봤는데, 어린 학생들일수록 매사에 명심해야하는 사항인 것 같다.
작은 성공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사람 대 사람으로 인격적인 존중을 보이는 것.
찰나의 순간이라도 좋은 경험은 아이에게 평생 가는 기억으로 남는다.
내가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들 중 하나도, 다 좋은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순간순간들이 아직까지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늘 깜짝파티처럼 야외수업을 나온 건 oo이가 숙제로 써온 일기 날씨란에 '밖에서 수업하고 싶을 만큼 화창한 날씨'라고 적은 게 인상깊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해주시던 초등학교 선생님.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보니 뭔가 큼지막하거나 대단한 일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지금까지 생각이 난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으면서 그간 잊고 있던 어린이의 순수함, 엉뚱함에서 비롯된 스토리들이 웃기고 흥미로웠다.
우리 어렸을 때는 어땠는지, 그때를 되돌아보면서 추억에 젖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3kGAlp_PN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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