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밭 걷기 / 안희연
2025. 1. 12. 17:24
오랜만에 혼자 카페에 갔다.
7일 중 6일은 공부, 일요일 하루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큰 버팀목이 된다.
처음 간 카페에서 맛있는 아이스 카페라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다가 가끔 피크민 하기.
목차를 펼쳐놓고 마음에 드는 시부터 골라 읽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모두 나의 땅이라 했다. 이렇게 큰 땅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나는 눈을 감았다 뜬다. 있다.
무엇을 심어볼까. 그게 뭐든 무해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눈을 감았다 뜨면. 무언가 자라기 시작하고, 나는 기르는 사람이 된다.
주황색은 난색이에요. 약동과 활력을 주는 색. 그는 머잖아 내가 당근을 수확하게 될 거라 했다. 나는 내가 바라온 것이 당근이었는지 생각하느라 잠시 휘청했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세한 쏟아짐이라 믿었다.
하지만 당근은 보고 있었네. 나의 눈빛. 번뜩이며 나를 가르고 간 것.
나의 당근들, 흙을 파고 두더지를 들였다. 눈을 가졌다.
자루를 나눠드릴게요. 원하는 만큼 담아 가셔도 좋아요. 혼자 먹기 아까운 당근들,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떠나보낸 땅 위에서
이제 내가 마주하는 것은
두더지의 눈
나는 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당근밭
짧은 이야기가 끝난 뒤
비로소 시작되는 긴 이야기로서
- 34쪽, <당근밭 걷기>

<당근밭 걷기>라는 제목에서 뭔가 생동감이 느껴져서 고른 책.
효용론적 관점. 시는 읽는 사람의 배경지식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 좋다.
첫 구절을 읽는 순간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모두 나의 것인 '나의 땅'은 나의 인생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이라는, 이렇게 큰 땅에 '나'는 있다.
무엇을 심어볼까 라는 구절이 참 좋다.
나의 드넓은 인생에 무해한 것을 심고 나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
내가 인생에서 가꾸어 온 '당근들'에 '두더지'라는 소중한 사람들을 들인다.
두더지들은 땅을 파헤치고 벌레를 잡아먹으며 당근들이 더 잘 자랄 수 있게 돕는다.
소중한 사람들은 나와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나의 일상을 활력있게 해준다.
두 존재가 서로 눈을 발견하고 마주볼 때, 그때서야 생생하게 교류되는 '살아 있음'의 감각을 포착한다.
-153쪽
사실 <당근밭 걷기> 해석을 잘 이해하진 못했다.
이렇게 문해력이 떨어지는 20대라니...
여하튼 '두더지'와 '나'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
혼자가 아니다. 타인과 교류하며 함께 당근을 가꾸어가는 사람의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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