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질 때 빛은 번지고 섞여 뭉개질 때 빛은 발한다
그러나 흘러가게 되더라도 방향은 잊지 말 것
바라는 색이 있다면 눈이 멀도록 바라볼 것
가능한 온몸으로 부서질 것
-박지용, <파도색>


며칠 전에 홍대 소품샵에 가서 우연히 발견한 오이뮤 책갈피를 구매했다.
다른 색상은 거의 다 어두운 내용이거나 사랑에 관한 내용인데 파도색은 인생과 도전에 관한 내용인 것 같아 구매했다.
바라는 일이 있다면 눈이 멀도록 바라보고 가능한 온몸으로 부딪혀 도전하라는 문장이 철썩이는 파도와 잘 어울린다.

📍카페 리프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기간이다.
아침 일찍부터 피크민하다가 아시안게임 정주행하고 바로 카페에 왔더니 독서하는데 조금 졸렸다.

너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얼마만큼 그런가 하면 네가 좋게 들은 곡을 모아서 계절마다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앨범 커버도 손수 만들어서.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네가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들려줘서가 아니라 참 다정한 사람이기 때문인데.
-80쪽, <무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


임유영 <오믈렛>은 귀여운 제목과 다르게 삶과 죽음에 관한 시가 좀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무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의 ‘너’도 화자에게 좋은 음악을 엄선해 들려줄 만큼 다정하지만 ’너‘가 오직 자신만을 위한 음악을 틀어놓고  자기 앞의 술잔만을 바라볼 때 무언가 슬픈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두려워한다.

나는 바다 앞에서 바다를 본다. 바다는 나와 아무 상관 없는 바다. 이 바다는 내가 모르는 바다. 낯선 바다. 인간을 모르는 바다. (중략) 타이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다. 엔셀라두스!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바다. 유로파! 너는 인간의 손길이 닿은 적 없는 곳의 유일한 생명체로서 그 앞에 서서. 미마스! 바다를 본다. 너는 그곳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
-52쪽, <유형성숙>


<유형성숙> 또한 죽어서 바다의 일부가 되어버린 ‘너’를 찾는 내용 같다. 나는 바다 앞에서 너를 향해 외치네. 너를 돌아오게 하려고. 듣게 하려고. ‘나’는 계속 ‘내가 모르는 바다‘에서 ’너‘를 찾지만 너는 뒤돌아보지 않고. 한때 젊은 당신은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간다.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마토 컵라면 / 차정은  (0) 2025.02.16
여름 외투 / 김은지  (1) 2025.02.09
당근밭 걷기 / 안희연  (0) 2025.01.12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1) 2024.08.30
그림 없는 그림책 / 남지은  (0) 2024.06.25